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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바라보는 철학의 눈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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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철학의 눈 관련 이미지

 

 ‘장애’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안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휠체어를 타는 사람,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모습.

 하지만 그건 정말 ‘장애’의 전부일까요?

 이번 글은 장애를 ‘의료적 분류’나 ‘불편함’이라는 시선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입니다.

 장애는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우리가 모두 살아가며 겪는 존재의 결핍, 한계, 타자성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에요.

완전함은 누구의 기준인가 – 존재에 대한 물음

 우리는 늘 ‘정상’이라는 기준 아래 자신과 타인을 분류해요. 하지만 철학은 질문합니다. “완전한 인간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플라톤의 이데아는 ‘완벽한 형상’을 상정하지만, 현대 철학은 그 완전함이라는 개념을 해체하죠. 하이데거는 인간을 ‘결핍된 존재’, 존재의 불안을 감추며 살아가는 존재라 말해요.

그 말은 곧, 우리 모두는 어떤 형태로든 불완전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장애는 그 불완전함이 신체나 감각에 드러난 하나의 방식일 뿐, 결코 특별하거나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말해줘요.

사실 우리는 누구나 노화와 질병, 사고라는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요. 장애는 ‘특정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조건 그 자체일 수 있어요.

 우리의 불완전함은 부끄러운 결함이 아니라, 존재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하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장애는 그 불완전함이 조금 더 눈에 보일 뿐, 누구나 가진 삶의 흔들림입니다.

장애는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다

 푸코는 말했어요. “정상과 비정상은 권력에 의해 규정된 시선이다.” 병리학은 인간을 수치화하고 기능적으로 분류하며, 그 구조 속에서 장애는 비정상적인 예외로 설정됩니다.

 하지만 철학은 물어요. 그 기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선은 언제나 힘이에요. 누군가를 ‘다르다’고 정의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회적 타자로 분리돼요. 그 시선이 곧 장애를 결핍으로 만드는 구조죠.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이 우리에게 윤리적 책임을 요청한다고 했어요. 장애를 가진 타인의 존재는 단지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윤리와 시선을 되묻는 거울이에요.

 그 앞에서 우리는 “나는 정말 다름을 존중하고 있는가?” “무의식 중에 우월감이나 동정심으로 바라보진 않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죠.

 타인을 다르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 안의 편견은 드러나고, 권력은 정당화됩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태도는 결국 ‘다름’을 대하는 사회의 민낯이기도 해요.

공감과 이해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만나는 일

 우리는 종종 ‘장애인을 이해하자’, ‘배려하자’는 말을 쉽게 해요. 그 말의 의도는 따뜻할지 몰라도, 철학적으로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나는 그들을 정말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공감은 타인을 나와 똑같이 만드는 일이 아니에요. 그건 타인이 지닌 고유한 세계를 내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예요.

 이해한다는 건 감히 그 사람의 고통을 대신 느끼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함께 있고 싶다”는 의지예요.

 진정한 공감은 말의 위로보다 시선의 동등함에서 시작돼요.

 철학은 우리에게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윤리적 존재가 된다고 말해요.

 그 관계는 ‘가르침’이나 ‘배려’가 아니라 ‘공존’이라는 말 없는 신호로 이어져야 해요.

 공감은 가르치거나 이끌려는 방향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한 세계 앞에 조용히 머무는 태도예요.
 진짜 이해는 말보다 ‘존재로 함께 있어 주는 시간’에서 시작돼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

 장애는 특별한 상태가 아니에요.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고유함이 드러나는 한 방식이에요.

 우리는 모두 어딘가 부족하고, 어딘가 다르고, 어딘가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철학의 눈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의 시선과 태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그 눈은 이렇게 말해요.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다름을 품는 인간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다름을 대할 때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은 이해보다도 같은 눈높이로 마주할 수 있는 삶의 겸손함일지도 몰라요.

 철학은 늘 말없이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타자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조용히 마음을 낮추게 되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시선이 비로소 ‘사람’을 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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