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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에서 집착이 되는 순간 (놓지 못하는 것들 1편)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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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인형, 집착 관련 이미지

어릴 적 애착인형부터, 어른이 된 후의 소유의 감정까지

 

 이 시리즈는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우리는 왜 물건을, 감정을, 습관을, 관계를 붙잡고 있을까요? 우리가 쥐고 있는 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닌, 어쩌면 잃을까 두려운 ‘나의 일부’ 일지도 모릅니다.

 총 4편에 걸쳐 어릴 적 애착에서 어른의 습관까지, 그리고 일상에 스며든 집착을 통해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한 철학적 시선을 함께 걸어가 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 글은, 어린 시절 애착 인형부터 어른이 된 후의 ‘놓지 못하는 물건’까지를 주제로 소유와 존재, 기억과 감정의 얽힘을 들여다봅니다.

애착은 언제 집착이 되는가

 어릴 적, 잠들기 전 꼭 껴안아야 했던 인형이 있었어요. 그 인형이 없으면 불안했고, 품에 안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죠. 누군가 그걸 치우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때로는 낡고 해진 모습조차 더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물건에 대한 애착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마음을 지탱해 주는 존재의 증거라는 걸요.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추억이 깃든 옷 한 벌, 버리지 못한 낡은 휴대폰, 다 쓴 노트, 오래된 티켓 한 장까지도. 어떤 물건은 ‘그냥 아깝다’는 이유로, 어떤 물건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곁에 두고 있죠.

 그러나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 물건 안에 ‘그때의 나’를 담고 있는지도 몰라요. 쉽게 놓을 수 없는 건, 물건이 아니라 그 안의 시간과 감정입니다.

 애착은 본능이에요. 누구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무언가를 붙잡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놓지 못한다면, 그건 단지 ‘정든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버린 것일 수 있어요.

소유를 통해 존재를 느끼는 인간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말했죠. “현대인은 무언가를 갖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우리는 자꾸만 무언가를 채우고, 모으고, 붙잡습니다. 물건을 갖는 일은 잠시나마 나를 지탱해 주는 기분을 줘요. “이건 내 거야.” “이걸 갖고 있으니 나는 괜찮아.” 이런 감각이 익숙해지면 언젠가부터 그것 없이는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게 되죠.

 물건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때론 내 자존감과 정체성의 상징이 됩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무너지면 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나를 구성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애착은 본래 따뜻한 감정이지만, 집착은 그 감정의 방향이 나를 가두게 만들어요.

 소유는 우리가 ‘있다’는 느낌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러나 그 소유가 자아의 전부가 되어버릴 때,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 ‘불안을 가진 나’를 품고 사는 셈입니다.

놓지 못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감정

 실제로 물건에 대한 집착은 그 물건 자체가 아닌, 그 안에 담긴 감정, 기억, 혹은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잔향입니다.

 우리가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단순히 오래되었거나 비싼 것이 아니에요. 그건 ‘그때의 나’, 혹은 ‘그때의 관계’를 계속 붙잡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물건은 누군가와의 추억, 어느 시절의 감정, 혹은 내 내면의 결핍을 메우던 방패였을 수 있어요. 그래서 쉽게 정리되지 않고, 정리하려 해도 왠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건 어쩌면, 내 감정이 아직 충분히 안녕을 고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 물건을 떠나보낸다는 건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내 안에서 여전히 머물고 있던 감정을 정리하고자 하는 작고 조용한 결심이에요.

애착을 다독이고, 나로 살아가기

 물건을 손에서 놓는다는 건 단순히 비우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건 내 삶에 묻어 있던 감정과 관계에 작은 인사를 건네는 일이에요.

 “고마웠어.” “이제는 없어도 괜찮아.” 이 말 한마디를 마음속에서 꺼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소유에서 벗어나 존재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놓는다는 건 지우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자리를 비워두는 일이기도 해요. 그 자리에 새로운 나, 그리고 더 건강한 감정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죠.

 마음이 정리될 때 비로소 우리는 ‘갖는 나’가 아닌 ‘살아가는 나’로 변화할 수 있어요. 그 전환은 아주 작고 조용하지만, 삶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시작점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사는 것 자체가 자기를 채우는 일이 되어버린’ 소비 중독의 철학적 기원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나》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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