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순간, 존재까지 무너지는 것 같을 때
별것 아닌 실수에도 한참을 마음에 담아두고 떠올릴 때가 있어요.
말을 조금 잘못했을 뿐인데, 표정이 어색했을 뿐인데, 나는 그 순간부터 “왜 그랬을까” “바보같이…”라는 생각에 빠져듭니다.
상대는 이미 잊었을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은 그 장면에 계속 머물러 있어요.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내 존재 전체를 흔드는 감정으로 다가와요.
이 글은 실수라는 조각난 순간 앞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감정을 철학적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철학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수는 잘못이 아니라, 존재의 가능성이다.”
나는 왜 실수 하나에 이렇게 무너질까?
우리는 자라면서 “틀리면 안 된다”,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그 말속에는 규칙과 예절, 그리고 도덕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점점 그것은 ‘실수는 나쁜 것’이라는 신념으로 굳어졌죠.
그 신념은 무의식처럼 작동해요. 그래서 작은 실수에도 수치심이 함께 따라오고, ‘내가 잘못했다’에서 ‘나는 잘못된 사람이다’로 생각이 번져가죠.
실수를 한 번 했을 뿐인데, 그 순간 나는 존재의 전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에 사로잡혀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어요. “절망은 자기가 되어야 할 자신을 될 수 없다고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
실수는 그 ‘되기’의 가능성을 막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면 안 되는데, 그 기대에 어긋난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진 거죠.
철학은 실수를 어떻게 바라볼까?
소크라테스는 고대 아테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질문을 던졌어요. 그가 말했던 가장 유명한 말은 이거예요.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철학에서 실수는 ‘무지의 드러남’이 아니라, ‘앎을 향한 열림’입니다.
즉, 실수를 통해 나는 나를 더 알아가게 되고, 그 앎이 결국 성장과 존재를 확장하는 문이 된다는 거죠.
니체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상처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는 것을 배운다.”
실수는 나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균열을 통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틈이에요.
완벽한 순간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실수의 순간은 우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건 철학의 출발이기도 합니다.
실수는 나의 실체가 아니라, 단지 한 순간일 뿐이에요
우리는 실수를 할 때마다 그것이 곧 내 인격, 실력,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철학은 이렇게 말해요. “사람은 순간이 아니라, 지속으로 존재한다.”
에픽테토스는 말했어요. “인간은 상황보다 크며, 그에 대한 해석으로 존재를 만든다.”
실수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시선으로 되새기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의미예요. 실수는 내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내가 이미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르게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시도했고, 내가 참여했고, 내가 감정을 쏟았다는 증명이기도 하죠.
실수 없는 삶은 경험 없는 삶과도 같아요. 철학은 실수 없는 인생보다 실수를 소화해 내는 인간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실수를 했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에요
실수를 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고, 사람들 눈치가 보이고, 혼자 있을 때 자꾸 그 장면이 떠오르죠.
하지만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합니다. “행위는 다시 할 수 없지만, 다르게 기억할 수는 있다.”
실수의 무게를 줄이려면 기억의 언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해요. “그때 내가 바보 같았어.” 대신 “그때 나는 긴장하고 있었구나.” “왜 그 말을 했을까.” 대신 “그만큼 내가 감정이 있었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바꾼 기억은 나를 괴롭히지 않아요.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는 언어가 돼요.
실수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기억이 나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요.
실수는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만든다
철학은 실수를 죄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그 실수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는 본질을 만난다고 말합니다.
오늘 당신이 실수로 인해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면, 조용히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는 지금도 배우는 중이야. 그리고 이 실수도 나를 완성하는 조각이야.”
실수는 나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넘어진 자리에서 조금 더 나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철학의 시작’이에요.
그리고 실수 뒤에 따라오는 익숙한 감정, 수치심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심스럽게 나누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