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웃음도 존재의 일부다
- 웃음은 철학과 멀까, 가깝다
- 유쾌함과 존재의 가벼움 사이
이 글은 5편으로 구성된 《즐거운 철학 – 유쾌하게 생각하는 연습》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는 행복의 본질을, 2편에서는 심심함의 철학적 가치를 다뤘습니다. 이번 글은 ‘이유 없는 기쁨’, ‘의미 없어 보이는 웃음’이라는 아주 가볍고도 깊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괜히 웃긴 날이 있습니다. 별일 없는데 좋은 기분,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이 나는 순간. 그런 감정은 철학의 눈으로 보면 아주 특별한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의미 없는 웃음이 삶을 지켜줄 때
우리는 종종 "왜 웃고 있는 거지?" 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 웃음은 설명이 안 됩니다. 하지만 분명히 마음이 조금 나아져 있죠.
찰리 채플린은 말했습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삶을 견디게 하는 건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바로 이 작은 웃음,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의 축적입니다.
의미를 따지지 않고 떠오르는 웃음이 오히려 삶을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존재의 기쁨’이죠.
가벼운 웃음은 설명할 수 없기에 더 순수한 감정입니다.
우리의 삶은 그런 의미 없는 기쁨들이 하나씩 쌓이며 유의미한 기억으로 변해갑니다.
웃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삶이 아직 충분히 따뜻하다는 증거입니다.
니체와 유쾌함의 철학
철학자 니체는 무거운 사유의 대표처럼 여겨지지만, 그는 “삶을 가볍게 견디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철학적 태도로 여겼습니다.
“나는 진지함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나는 유쾌함을 철학으로 삼았다.” – 니체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웃으며 사유하는 태도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 줍니다.
가볍게 웃는 사람은 삶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이 자신을 너무 무겁게 짓누르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삶을 무겁게 끌고 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가볍게 여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니체가 말한 유쾌함은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을 이겨내는 또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던 그처럼, 가벼움은 오히려 내면의 강인함에서 나옵니다.
기쁨은 ‘가벼움’이 아니라 ‘여유’에서 온다
현대사회는 기쁨조차 기능으로 환산합니다. 웃음도 성과, 기쁨도 비교, 행복도 누가 더 잘 느끼는지 따지는 시대.
하지만 진짜 기쁨은 설명이 불가능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햇살 좋은 날 걷다가 갑자기 마음이 포근해질 때, 좋아하는 사람이 웃을 때 따라 웃게 되는 그런 순간들.
이런 기쁨은 기능이 아니라 관계에서 옵니다. 여유는 삶의 한가운데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기쁨의 감각이에요.
진짜 여유는 시간이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자리를 마련해 줄 줄 아는 능력입니다.
기쁨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며들 수 있습니다—그걸 포착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한 거죠.
그 감각은 자꾸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 삶의 호흡에 집중하는 태도에서 자라납니다.
들뢰즈와 '쓸모없는 기쁨'의 힘
철학자 들뢰즈는 “생성되는 기쁨”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쓸모없는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고 했죠.
“감정은 이해되기보다 먼저 살아져야 한다.” – 들뢰즈
우리 삶에서 가장 오래 남는 기쁨은 계획하거나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심히 찾아온 것들입니다.
그것이 바로 ‘순수한 삶의 반응’이고, 우리가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들뢰즈는 삶의 진짜 창조성은 효율과 성과가 아닌, 예상치 못한 감정의 흐름에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쓸모없는 감정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해요—그 안에 우리의 본질이 숨어 있으니까요.
삶이 예측 가능해질수록 오히려 인간다움은 사라지고, 기계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괜히 웃긴 날, 그게 철학이다
괜히 웃긴 날은 그 자체로 철학적입니다. 이유 없는 감정은 가장 진실한 감정이기도 하니까요.
삶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순간, 우리는 그 의미를 자주 놓칩니다. 하지만 웃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나오는 순간에 진짜 살아 있음을 알려줍니다.
철학은 말합니다. “삶을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삶을 웃으며 사는 것이다.”
오늘 당신에게 아무 이유 없는 웃음이 찾아온다면, 그건 당신의 존재가 지금 건강하게 숨 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괜히 웃는 날이 있다는 건, 내 안에 여전히 유연한 감정이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삶은 무게를 감당하는 능력이 아니라,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여백에서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가집니다.
그 여백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철학을 삶에 두고 사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사소한 열정과 취향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