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 가능성과 철학
이 시리즈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철학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3편의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는 “AI는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으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인공지능을 발견했고,
2편에서는 “AI와 나, 같이 일하는 시대가 온다”를 통해 인간과 AI의 협업과 역할 변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마지막 3편에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감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철학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를 함께 사유해 봅니다.
기계와 함께 감정을 생각하는 시대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이해하려는 기술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말투에서 불쾌감을 감지하고, 사용자의 표정에서 감정을 예측하며, 음성 톤의 변화로 기분을 파악하는 기능이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의 발달이 아닙니다. 감정을 ‘데이터’로 해석하려는 시도이자, 인간을 더 잘 이해하려는 접근입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질문하게 됩니다. “기계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짜 이해일까?” “공감 없는 공감은, 과연 공감일까?”
공존은 이해보다 책임에서 출발한다
공존이란 단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임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가 AI와 공존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기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한 인간이 어떤 윤리와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AI의 오작동, 편향, 알고리즘 오류는 기계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의 중립성은 환상이며, 모든 도구는 인간의 가치 판단을 반영합니다.
공존은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보다, 기술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AI 시대, 인간에게 남겨진 철학적 과제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과 함께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AI가 지식을 쌓고,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을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더 좋은 사회인가’, ‘무엇이 인간다운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유로 태어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존재다.”
AI 시대에도 그 문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는 오직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AI는 타자가 아니라 거울일 수 있다
처음에는 AI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타자(다른 존재), 혹은 위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AI를 ‘거울’처럼 느끼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는지, 어떤 기준을 알고리즘에 심는지를 통해 기계는 우리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어요.
AI가 나를 모방할수록, 나는 더 자주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기술은 인간을 닮아가고, 그 인간은 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공존의 기술이 아니라, 공존의 감각
AI와 공존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입니다.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는 유연함,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 효율보다 삶의 온기를 먼저 떠올리는 지혜.
우리는 이제 기술을 쓰는 사람을 넘어,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여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질문들 속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이 기술을 왜 쓰고 있을까?” “이 선택은 누구를 위한 걸까?” “지금 나의 삶에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지?”
그 질문을 놓지 않을 때, 우리는 기술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와 함께하는 삶은 효율이 아닌 ‘존재의 깊이’를 되묻는 시간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깊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3편까지 함께 걸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철학적인 눈으로 AI 시대를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랍니다.